불에 탄 선왕의 어영(초상화)를 보는 현 왕은 명을 내린다.
“하루 빨리 어영을 복원하여, 다시 (마왕의)봉인을 준비하라!”
그림에 신령함이 깃든 화공을 찾아야 가능한 일인데요.
아무래도 그 신령함이 깃든 화공이란 홍천기를 뜻하는 것 같죠?
19년 후.
백유화단의 유일한 여화공 홍천기.
백유화단의 단주 최원호에 의하면 19년 전 눈이 뜨인 홍천기가 아버지를 챙기기 위해 설거지든 장작패기든 뭐든 좋으니 그림만 가르쳐달라 조르다 결국 백유화단의 유일한 여화공이 된 것이었습니다.
그 시각.
서문관(천문과 기상관측, 책력편찬 등을 관장하는 관청)에서는 빨간 눈의 미남 하람이 별을 읽는데요.
“‘출문동행 자유귀인’이라…”
문을 나서 동쪽으로 가니 귀인을 만나게 된다.
원작 화가에 빙의된 수준으로 그림을 잘 따라 그리는 홍천기.
그녀는 아버지의 광증을 고칠 약을 사기 위해 모작을 그려 월성당에서 거래를 하고 있었습니다. 그 때 그녀의 동무가 이야기하기를.
“월성당의 주인 일월성은 조선 최고의 갑부이자 모르는 것이 없는 정보통으로 월성당 앞에 있는 의뢰함에 궁금한 것을 적어 넣으면 다 알려줄테니 댓가를 치뤄야 한다. 게다가 그의 얼굴을 본 사람은 틀림없이 모가지가 달아난다”
라고 말이죠.
알고보니 월성당의 당주 일월성은 하람이었는데요. 그는 가면을 쓰고 철저히 자신의 정체를 숨기고 있었습니다. 그는 어릴적 기억으로 왕가에서 자신의 가문과 아버지를 모두 살해하고 자신을 그렇게 만든 것이라 믿고 있었기에, 복수의 칼날을 갈고 있었던 것이지요.
“9년 전 비의 값을 치뤄야 할 것이다”
라고 말이지요.
어젯밤 읽은 별의 수를 보니, 동쪽에서 자신에게 귀인이 찾아온다는 말에, 입구가 동쪽으로 난 월성당에 있었고, 아버지의 약값을 모두 모은 홍천기는 마지막 거래라며 월성당의 부당주 정쇤네에게 작별을 고합니다.
하지만 홍천기의 실력을 아는 정쇤내는 그녀를 그냥 놔줄리 없죠. 그녀를 겁박하기에 이르지만 홍천기 역시 깡이 보통은 아닙니다. 손목을 자르라며 손을 내밀어요. 이에 한 발 물러선 정쇤내가 그녀를 놓아주는 듯 보이지만. 사실 속임수였답니다.
어찌됐든, 정쇤내와의 마지막 거래를 뒤로하고 돌아가려는 홍천기는 2층에 누군가가 있다는 것을 직감합니다.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았지만 하람 역시 홍천기를 느끼고요. 둘은 악마의 눈을 통해 연결된 탓일까요.
약방 아저씨와 약을 파는 중국 상인(?)은 정쇤내가 홍천기를 속여 약값을 받아내도록 한 사람들이었습니다. 이를 모르고 아버지 드실 약에 부정탈까 한 푼도 깎지 않고 은전 50냥을 내는 홍천기. 아버지가 이것이 무엇이냐 묻자, 홍천기는 마음으로 대답합니다.
“제 전부입니다.”
아버지는 홍천기를 알아보지도 못하고, 홍천기가 아버지 드시라고 준비한 밥에서 밥과 찬을 주머니에 허겁지겁 담는데요. “우리 천기 아침도 못챙겨먹였다”라는 홍은오의 말에, 가슴이 찡해오네요.
결국 아버지의 광증에 차도가 없음을 안 홍천기는 실망하는데요.
삼신이 나타나 홍천기에게 “오늘 꽃가마를 탈 것이다”라고 귀띔해줍니다. 저는 여기서 갑자기 홍천기가 어디 부잣집으로 팔려가나 했어요;;
홍천기의 마음처럼 하늘도 흐려져 비가 오기 시작하자 아버지 홍은오는 딸 홍천기를 옆에 두고도 찾아 나섭니다. “눈이 보이지 않아 비를 피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이죠. 대신 찾아오겠다며 아버지를 안심시킨 홍천기는 약방에 들렀다가 결국 듣게됩니다.
약방 아저씨가 노름빚 때문에 집을 날리지 않기 위해 홍천기에게 사기를 쳤다는 사실을요.
그래서 그녀는 시원한 한 방으로 정쇤내에게 복수할 방법을 찾아냅니다.
홍천기가 모작을 그리고, 자신의 동무가 월성당에 고가의 그림이라 속여 맡기며, 다른 동무는 그것이 위작임을 포졸의 앞에서 증명해낸 것이죠.
결국 정쇤내는 관아로 끌려갔지만, 이것이 홍천기가 꾸민 일임을 알고 그 날 저녁 뇌물을 통해 풀려나 홍천기를 찾아 나섭니다. 이 사실을 모른채 홍천기는 사기당한 은자 50냥을 돌려받기 위해 일월성에게 의뢰서를 쓰죠.
“월성당의 부단주에게 50냥을 사기당했으니, 당주는 100냥으로 갚으라”고 말이죠.
물론, 그 의뢰서는 당주 일월성에게 전해지지 않습니다. 홍천기에게 복수하려던 정쇤내가 찢어버리거든요. 정쇤내에게 쫓겨 도망다니던 홍천기는 어느 가마에 올라타 숨어버립니다. 그 가마는 하람이 타고 있는 가마였지요. 하람 덕분에 위기를 모면한 홍천기는 가까스로 도성 밖으로 탈출하는데 성공합니다. 자신이 들었던 무시무시한 소문의 주인공 일월성과 함께 있다는 것은 꿈에도 알지 못한채로 말이죠.
두 사람은 가마를 타고 오손오손(?) 이야기를 나누다가 가마가 흔들려 서로 엉키게(?) 되는데요. 이 때 삼신이 하람의 뒷목에 마왕을 봉인하기 위해 새겼던 나비 문양이 사라지게 됩니다. 하람은 다급히 홍천기에게 가마에서 내리라하며 그 자리를 떠나버리죠.
끝내, 봉인이 풀려버린 마왕은 아직 하람의 몸 속에 있는 상태로 높은 나무 위에 올라서서 무언가를 찾기 시작하는데요. 그리고 홍천기를 찾아냅니다.
“찾았다. 내 눈!”